시(詩)

장석남, 묵집에서

kimbook 2007. 6. 10. 22:30

묵집에서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박상순 외, 2006 제51회 現代文學賞 수상시집 목화밭 지나서 소년은 가고, 현대문학(2005년 12월 20일)---

 

*사랑의 추억은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