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유홍준, 의자 위의 흰 눈

kimbook 2007. 7. 15. 23:09

 

의자 위의 흰 눈

 

 유홍준

 

 간밤에

 

 마당에 내놓은 의자 위에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가장 멀고 먼 우주에서 내려와 피곤한 눈 같았다, 쉬었

다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친 눈 같았다

 

 창문에 매달려 한나절,

 

 성에 지우고 나는 의자 위에 흰 눈이 쉬었다 가는 것 바

라 보았다

 

 아직도 더 가야 할 곳이 있다고, 아직도 더 가야 한다고

 

 햇살이 퍼지자

 

 멀고 먼 곳에서 온 흰 눈이 의자 위에 잠시 앉았다 쉬어

가는  것

 

 붙잡을 수 없었다

 

---유홍준, 나는, 웃는다, 창비시선268, 창비(2006년 10월 20일)---

 

*버리지 못한 것이 너무 많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나는 의자가 되지 못했다.

 흰 눈은 잠시도 네게 쉬어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