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박상천, 낮술 한잔을 권하다
kimbook
2007. 7. 24. 10:09
낮술 한잔을 권하다
박상천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트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
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
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
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
부터 '싸아' 하니 온몸으로 흩어진다. 안전선이라는 허명에 속아 의미 없는 금
지선 앞에 서서 망설이고 주춤거리는 그대에게 오늘 낮술 한 잔을 권하노니,
그대여 두려워 마라. 낮술 한잔에 세상은 환해지고 우리의 허물어진 기억들,
그 머언 옛날의 황홀한 사랑까지 다시 찾아오나니.
---문학수첩, 2003년 겨울(통권 4호), (주)문학수첩(2003년 11월 20일)---
*정말일까?
'안 될 선'을 넘어보고 싶었던,
그런 기억.
낮술 한잔 권하는 이 없으니...
오늘,
강변에서 영화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