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강경호, 나무의 정신

kimbook 2007. 7. 24. 23:32
 

 

나무의 정신
 
강경호
 
죽은 나무일지라도
천년을 사는 고사목처럼
나무는 눕지 않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
 
내 서재의 책들은
나무였을 적의 기억으로
제각기 이름 하나씩 갖고
책꽂이에 서 있다.
 
누렇게 변한 책 속에
압축된 누군가의 일생을
나는 좀처럼 갉아 먹는다.
나무는 죽어서도
이처럼 사색을 한다.
 
숲이 무성한 내 서재에서는
오래 전의 바람소리, 새소리 들린다.
 
---강경호, 함부로 성호를 긋다, 시작시인선 0040, 천년의시작(2004년 3월 5일)---
 
*나는 아직도
 좀이 되지 못하고...
 
 바람소리, 새소리도 듣지 못하고...
 
 내 방의
 책들은 누워 있고......
 
 책들에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