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송재학, 청춘
kimbook
2007. 7. 26. 10:33
청춘
송재학
어떤 옥탑방에는 밤사이 신발이 가지런하다
집 나간 아들이 몰래 들어와 잠만 자는 것이다
물론 그 집 식구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청년이 화가 지망생이란 것도 놀랍지 않다
그 집 옥상에서 열린 전람회는
얼마나 많은 색깔을 구워냈던가
양치식물과 빗방울은
그에겐 푸른색의 내재율이다
비밀이 시작하는 것이다
간혹 내 중년도 청년에 의해 푸른 추상화가 되곤 했다
그곳이 머위 잎 녹음처럼 부드럽기에
셀로판지를 통과하는 햇빛은
다시 햇빛의 바늘귀를 지나간다
그건 생의 주름을 깁는다
옥탑방의 목록에 새털구름이 떠다닐 무렵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물탱크가 들어선 것도 그쯤이다
나도 한때 청춘을 어딘가 구겨 넣었지만
노란색 물탱크는 비가 오지 않아도
안간힘으로 새것이다
---송재학, 진흙 얼굴, 문예중앙시선 2, 팬덤하우스중앙(2005년 6월 30일)---
*나도 한때는
'머구' 잎 녹음처럼 부드러운 청춘이...
내 청춘의 목록에는
청년도,
노란색 물탱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