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서해에서
서해에서
최영철
고개 쳐들지 않고 순하게 구부러진
저 길이 희망이다
못나고 허접한 것들 불러 모아
높이 모나게 솟지 않고
낮고 둥글게 어깨 낀
저 산이 희망이다
질풍노도로 우쭐대지 않고
가만가만 땅의 마른 입술 적시는
저 강이 희망이다
다시 솟는 찬란한 광채의 해는 너무 눈 시려
이제 막 잠깬 것들 아래로 뒤로 숨는다
우뚝한 이 산은 필시 낮은 것들을 짓밟고 온 발자국
출렁이는 이 강은 넘지 말아야 할 사선을 넘어 온 급물살
도란도란 속삭이던 냇물을 휘저으며 온 소란한 함성
나 이제 서해로 간다
일출이 아닌 일몰로
따스한 기운 너에게 나누어주며
느릿느릿 허리 숙여 만나는 산과 바다로
삼보일배 눈물 떨구러 간다
거기 수런거리며 깨어나는 검은머리갈매기
나 거기 숨쉬러 간다
---최영철, 호루라기, 문학과지성 시인선 324, 문학과지성사(2006년 10월 2일)---
*바다를 보았습니다.
협궤열차를 타고 송도에 갔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송도 앞에 '아암도'라는 작은 돌섬까지 걸어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무슨 영화를 촬영 중이라 가까이 가진 못했어도
내가 만약 '자살'을 한다면 바로 여기라고 생각했던
그런 섬이었습니다.
오전에도
바다, 참 넓습디다.
빠져죽기엔 물빛이 좀 그렇더군요.
물론 죽으러 온 것도 아니니까 참아줄만 합디다.
잠시 후엔 월미도에 갑니다.
연인들이 헤어지는 장소라던 적이 있었던 걸로 생각합니다.
오래전에 후배 한 녀석이 월미도에서 '차였다'며
술마시고 뭐, 그런일도 있긴 있었으니까요.
이제 바람도 시원합니다.
바다바람인가?
벌써 집으로 갔어야 하는데
내 '사랑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8시 강의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며
당부당부 하더군요.
지금 강의 끝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을 꼭 잡으며
무슨 말인가 할듯 하더니
이따가 하려나 봅니다.
잔잔하고도 평범한 생(生)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며칠 전 허브나라에서처럼
향기로라도 내게
전해질 수 있을까요?
친구는 아직도 열강 중인데
파도는 벌써 마음 속에서
철썩이는군요.
내게 해줄 말을 생각하느라 강의가
자꾸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잠시 후에 밤바다를 또 보러 갑니다.
그녀의 생(生)도
내 생(生)도
이제는
파도처럼 '멍'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밤 바 다 보러 갑니다.
(2005년 7월 29일 아무개 카페에 올린 글)
아직 숨쉬기가 힘드네요.
깨어나는 검은머리갈매기도 보이지 않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