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노향림,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kimbook
2007. 8. 4. 22:54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노향림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작은 풀꽃들,
녹두알만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떼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노향림,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창비시선 250, 창비(2005년 7월 20일)---
*그 '境界'를 넘지 못했다.
'여린 내면'도
'차고 맑은 슬픔'도
이름없이 묻힐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