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안시아, 속력

kimbook 2008. 4. 25. 23:04

속력

 

안시아

 

전동차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사내가 튀어나온다

순간 내 어깨를 밀치는 사내의 속력

빗줄기는 단숨에 사선을 긋는다

비 오는 날 바람이 되어본 사람은

상처 난 자리로 가속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얇은 종이에 베인 손마디 상처도

예리하게 지나간 속력의 흔적이다

지구는 자전이라는 속력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내 안에 귀 기울이면

눈금 같은 계절을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박동 소리가 있다

우린 잠시도 제자리인 적이 없다

과거가 속력으로 현재를 밀고 오듯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

모퉁이를 지난 사내는 금세 보이지 않는다

뒤쫓거나 쫓기거나

속력을 낸다는 건 방향을 잡은 것이다

 

---안시아, 수상한 꽃, 랜덤시선 031, 랜덤하우스(2007년 10월 25일)--- 

 

*'속력을 낸다는 건 방향을 잡은 것이다'

  늘 제자리인

  나도 속력을 한번 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