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강기원, 절여진 슬픔

kimbook 2008. 5. 17. 23:56

절여진 슬픔

 

강기원

 

곤이젓, 창난젓, 아가미젓

저게 창자와 벌름거리던 숨구멍과

대구의 생식기였단 말이지

내 끊어진 애와

벙어리 가슴과

텅 빈 아기집도 들어내

한 말 굵은 소금에 절여 볼까

컴컴한 광 속에서

한 오백 년 푹 삭아 볼까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듬뿍 뿌려 맛깔스레 무쳐 볼까

그대 혀끝에

올려진다면

그게 나인 줄도 모르고

삼켜진다면

그리운 그대 속내

알아보는 거야

원 없이 들여다보는 거야

 

---강기원, 바다로 가득 찬 책, 민음의 시 137, 민음사(2006년 12월 4일)---

 

*저 산에

아까시 꽃향기 가득 하듯,

'그녀'로 가득한 사람도 있다.

'원 없이 들여다보는'...

그럴 수 있다는 건, 사랑이다.

사랑은 또,

때로는 인정하긴 싫지만

'절여진 슬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