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차창룡, 5월

kimbook 2008. 7. 30. 11:37

5월

 

차창룡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내 친구들이 독해지고

성공하려는 내 친구들도 독해지고

실패한 친구들도 독해지기 때문이다

 

달라진다는 것은 외로워진다는 것

독해지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라도 달라질 수는 없을까

달팽이가 갑옷을 입고 풀잎에 앉을 때

민달팽이가 맨몸으로 맨땅을 기어가듯이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달라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이제는 독해져야겠다

나뭇잎이 또 시퍼런 입술로 말했다

 

---차창룡, 고시원은 괜찮아요, 창비시선 287, 창비(2008년 4월 21일)---

 

*'5월'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아니,

 한평생 '독해져야겠다'.

 

 스스로에게도,

 모든 사람들에게도.

 '나뭇잎이 또 시퍼런 입술로 말'하지 않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