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안상학, 아배 생각
kimbook
2008. 12. 30. 22:45
아배 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구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무소식이다.
---안상학, 아배 생각, 애지시선 020, 애지(2008년 6월 10일, 초판2쇄)---
*孔道 사는 安아무개 詩人도,
仁川 사는 高아무개 童詩人도,
우리동네 살던 대학동기 朴아무개 孃도
올해 아버지가 '저기 가셨'다.
어제도 아버지는
평택햅쌀 20kg을 사오셨다.
난로도 하나 사오셨다가
어머니의 반대로 환불했다.
어머니를 위해 사오신 것인데도...
나는 오늘,
'외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