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서동욱, 이별 뒤에

kimbook 2010. 9. 16. 19:37

이별 뒤에

 

서동욱

 

대숲처럼 울던 마음이 있던 자리엔

가시처럼 살만 남은 안팎 없는 우산 하나

 

떠가던 모래와 돌들이 숨을 거두며 멈춰 선

마른 길은

한때 이 길 위에

실개울이 살았다고 말해 주네

저물어 무거워진 햇살이 내려앉으면

큰 눈망울들이

눈물 가득 담고 흘러가던,

말을 걸 때마다

숙인 고개 밑에서

흐느끼듯 빛나던

그런 실개울이

이젠 벙어리 입 같은 모래가 되어

 

---서동욱,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 민음의 시 157, 민음사(2009년 9월 30일)---

 

*눈에 선하네.

 

 安城 삼류대학  호숫가에 하염 없이 앉아있던 安 아무개도,

 나로도 해수욕장에 하염 없이 앉아있던 孫 아무개도.

 

 이젠 눈물 한방울 없네.

 安 아무개도, 孫 아무개도,

 나 역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