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차주일, 45 나누기 21

kimbook 2010. 9. 27. 23:23

45 나누기 21

 

차주일

 

친구 결혼식에 나눗셈 하러 갔다

늦은 나이에 어린 아내를 맞는 게 면구스러운 친구는

말도 통하지 않는 아내에게

알아볼 수 없는 수화와 몸짓으로

내가 불알친구임을 말해주었다

신부 볼에 핀 수줍음이 몽고반점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행진에

평소보다 많은 박수를 쳐주었지만

도무지 사그라지지 않는 심사가 무한소수처럼 남았다

언젠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동남아 한 산간마을 풍경을 본 적 있다

우리말과 비슷하게 발음되고 뜻이 같은 몇 단어 중

엄마와 우리 그리고 구들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신부가 마음으로 오물거리는 엄마라는 단어가

자꾸만 그의 입술에서 도드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저 심사와

그 속내를 볼 수밖에 없었던 내 눈치가

결코 나누어지지 않는 유전형질 같은 우리일 것이다

썰렁한 신부측 하객석에 홀로 앉는다

몽고반점이 구들처럼 따뜻해져 온다

 

---차주일, 냄새의 소유권, 시작시인선 0118, 천년의시작(200년 4월 15일, 1판 2쇄)---

 

*내 친구,

 월남에서 젊은 형수 모셔와

 술 한잔 한 일이 있는데,

 그때, 하던 말은 '아이고'뿐이었는데...

 

 지금, 내 친구한테 밤늦은 전화하면

 젊은 형수 외치는 소리 들린다.

 '가지마, 안돼'라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