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유홍준, 버드나무집 女子

kimbook 2011. 9. 9. 23:21

   버드나무집 女子

 

   유홍준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어탕국숫집 그 여자,  아무데나 푹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노을강변에 솥을 걸

   고 어탕국수를 끓이는 여자를,  김이 올라와서 눈이 매워서

   고개를 반쯤 뒤로 빼고 시래기를 휘젓는 여자를,  그릇그릇

   매운탕을 퍼담는 여자를, 애 하나를 들쳐업은 여자를

 

    아무데나 픽 꽂아놓아도 사는

    버드나무 같다고

    검은 승용차를 몰고 온 사내들은

    버드나무를 잘 알고 물고기를 잘 아는 단골처럼

    여기저기를 살피고 그 여자의 뒤태를 훔치고

    입안에 든 민물고기 뼈 몇점을

    상 모서리에 뱉어내곤 했다

 

    버드나무, 같다고 했다

 

   ---유홍준, 저녁의 슬하, 창비시선 330, 창비(2011년 5월 2일)---

 

   *'버드나무, 같다'라꼬 했다.

    

    그 女子,

    어제는 한강 둔치에

    오늘은 무슨 대공원에 마음을 식히러 갔다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