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박성우, 새

kimbook 2012. 12. 5. 20:26

 

박성우

 

공중에 발자국을 찍으며 나는 새가 있다

제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기 위해

지나온 흔적을 뒤돌아보며 나는 새가 있다

 

그 새는 하늘에 발자국이 찍혀지지 않을 땐

부리로 깃털을 하나씩 뽑아 던지며 난다

마지막 솜털까지 뽑아낸 뒤엔

사람의 눈으로 추락하여 생을 마감한다

 

오늘은 내가 그 새의 장례식을 치른다

저 하늘의 새털구름,

그 새의 흔적이다

 

---박성우, 거미, 창비시선 219, 창비(2010년 10월 20일, 초판 11쇄)---

 

*홀딱벗은 닭을 먹은 적 있다.

 소주를 홀짝거리며,

 온몸이 갈갈이 토막난 닭을 먹은 적 있다.

 맥주를 홀짝거리며,

 홀딱벗은 한 여자를 생각한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