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도종환, 피반령
kimbook
2012. 12. 7. 23:38
피반령
도종환
돌아보니 산은 무릎까지 눈발에 잠겨 있다
담채처럼 지워져 희미한 능선
내려와서 보니 지난 몇십 년
저런 산들을 어찌 넘었나 싶다
회인 지나면 수리티재 또 한 고개
그러나 아무리 가파른 산도
길을 지니지 않은 산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멀리 서서 보면 길보다
두려움이 먼저 안개처럼 앞을 가리지만
아무리 험한 산도
길을 품지 않은 산은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길은 언제나 바로 그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다는 걸
---도종환, 해인으로 가는 길, 문학동네(2006년 4월 24일)---
*나도 안다.
'아무리 험한 산도
길을 품지 않은 산은 없다는 걸'
나는 안다.
나같은 인간들,
길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