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유희윤, 병구의 손

kimbook 2013. 6. 13. 21:28

병구의 손

 

유희윤

 

옆자리 병구가

내 손 펴게 하고

올려놓았다, 꼭 쥔 제 주먹

 

주먹을 풀어

사탕 한 개 내려놓고

내 손 꼬옥 오므려 주었다

 

꼬옥 오므려 주던

따스한 손

잠시 내 손을 감쌌던

병구의 두 손

 

아직

사탕은 손에 있는데

입에 넣은 듯 달콤하다.

 

---유희윤, 조미자 그림, 문지아이들 84, 참, 엄마도 참, 문학과지성사(4쇄, 2011년 8월 4일)---

 

*중학교 일학년,

 그때, 나는 무척이나 소심했다.(지금도 그렇다. 때로 내 소심함에 스스로 놀랄 때도 있다.)

 '鳴鳳寺'로 봄소풍을 갔는데

 혼자서 빌빌 거리고 있었는데,

 '병구'처럼 사탕을 준 친구가 있었다.

 '이용우'라는 친구였다.

 분당 어디에서 만나 보리바둑 둔 기억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너무 고맙다.

 다른 많은 친구들이 나에게 준 '사탕'도 많다.

 모두모두 고맙다.

 

 사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언젠가 헌혈의 집에서 받은 사탕 두 개를 가지고 갔었는데...

 전하지 못했다.

 '사탕'을 전하기에는 아직도 ,

 내 마음 소심하다.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