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정진혁,거리에서 먼지를 털며

kimbook 2014. 2. 4. 21:33

거리에서 먼지를 털며

 

정진혁

 

바짓가랑이에 먼지가 묻었다

목을 길게 빼고 버스를 기다리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턴다

언제 묻은 먼지인가

털어낸 자국이 아직 흐릿하다

흐릿한 곳엔 내가 지녀야 할 궁금함이라도

연락처라도 남아 있는 것일까

누가 잠시 머물렀던 자국이

지친 세월을 빠져나가 듯 지난다

생에 묻은 무늬들은

털어내면 사라지는 것인가

먼지도 하나의 기억이 된다면

이 기억은 어느 누군가에게 옮겨 가리라

사라지는 것은 어디에 있는지

털어낸 먼지가 보이지도 않는데

버스가 왔다

버스에 올라 방금 뭔가를

잃어버린 듯 두리번거리는데

버스는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있다

 

---정진혁, 간잽이, 세계사시인선 147, 세계사(2010년 8월 23일)---

 

*아무개 童詩人,

 언젠가는

 당신의 禁酒 팔찌를 팔아

 한잔의 술을 마시겠소.

 

 목구멍의 먼지를 털어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