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박형권, 꽃을 먹다

kimbook 2014. 12. 3. 22:16

   꽃을 먹다

 

   박형권

 

   동부시장 시계탑이 내려다보고 있는 사거리, 정오, 튀김

천막 내외가 점심상을 받는데

   다붓하게 마주 앉아서 <시골밥집> 된장찌개를 놓고 흰

밥을 먹는데

   된장 한 그릇에 들어가는 두개의 숟가락이 서로의 입속

에 깊숙이 혀를 밀어넣듯 서로를 먹이는데

   길 위에서 먹는 밥이 달고도 달아 서로를 먹어주는 것이

달고도 달아

   아, 먹는 일 장엄하다

   펑펑 지구 어딘가에서는 산수유 피고

   노란 꽃가루가 토핑처럼 뿌려지는

   시장(市場)을 퍼먹는데

   입으로 막 피어나는 봄을 밀어넣는데

   빨간 입술이 오물오물 목젖이 꿀꺽, 신(神)들의 만찬이다

뒤엉킨 꽃이다

   야채튀김 사러 왔다가 남의 집 꽃밭에 들어선 듯 미안하다

   안되겠다 이러다가 방해되겠다

   시장 한바퀴 돌고 오면 이들의 애무가 끝날을 것이니 이

들이 피워올린 꽃 한 다발 사가지고

   아내와 딸 아들 모여 앉아서 내가 본 꽃 이야기 해줘야

겠다

   매일매일 꽃 먹으며 사는 그 느낌을

   먼저 떠먹이고 한 숟갈 받아먹고 싶다

 

---박형권, 전당포는 항구다, 창비시선 364, 창비(2013년 7월 25일)---

 

*나도 좋더라.

 너무 좋더라.

 

  상추 속에는

 '꽃향기' 가득 하더라.

 '사랑'이 가득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