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이문재, 달밤
kimbook
2015. 4. 1. 21:27
달밤
이문재
은어떼 올라온다는데
열나흘 달빛이 물길 열어준다는데
누가 제 키보다 큰 투망을 메고
불어나는 강가에 서 있는데
물그림자 만들어놓고 나무들 잠들어
북상하던 꽃소식도 강가에 누웠는데
매화 꽃잎 몇 장 잊었다는 듯
늦었다는 듯 수면으로 뛰어드는데
누군가 떠나서 혼자 남은 사람
여울 여울물 속은 들여다보지 않고
달빛 속에서 달빛 속으로
휘익 그물을 던지는 것인데
공중에서 끝까지 펴진 그물이
여름 꽃처럼 만개한 그물이
순간 수면을 움켜쥐는 것인데
움켜쥐자마자 가라앉는 것인데
시린 세모시 치마 한 폭
물속에 잠기는 것 같았는데
달빛도 뒤엉켜 뛰어드는 것 같았는데
은어떼 다 올라간 봄날
누군가 돌아오지 않아
내내 혼자였던 사람
투망에 걸려 둥실 떠올랐다는데.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시인선 052, 문학동네(1판 6쇄, 2014년 12월 10일)---
*참 슬퍼요.
우리도 '달밤'에 한잔 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