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강형철, 봄날, 남산
kimbook
2015. 4. 7. 20:14
봄날, 남산
강형철
절개지를 받친 철조망의 손이 위태롭다
하얗게 혹은 뭉툭하게 베어져 나간 암석들이
그리운 봄날이어서가 아니고
떡갈나무 굴참나무 피부 물러지는 소리가
눈녹이물 실려 몸살로 흔들리고
노란 개나리 맞으러 물관부를 들락거리는
지심의 기운이 암석들을 못 견디게 하기 때문도 아니다
암석쯤이야 어깨로 밀며 살아온 세월이 얼마인데
남산보다 더 큰 산이라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데
어디선가 무엇인가 다가오는 소리
옛 안기부 건물 앞으로
팔각정 쪽으로
국립극장 쪽으로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 무엇인가
오는 소리
---강형철, 환생, 실천시선 213, 실천문학사(2014년 2월 12일, 1판 2쇄)---
*봄날이 아니어도
남산에서 오는 그 향기,
그,
그,
그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