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윤병무, 반달

kimbook 2015. 4. 9. 21:22

반달

 

윤병무

 

 

 

한밤

잠들었던 아내가 방에서 나와

시린 눈 가리며 저를 바라봅니다

 

어둠 속에 있던 자는 묻고

불빛 아래 있던 자는 대답합니다

 

지금 몇 신데 아직도 안 자요?

먼저 자요

지금은 자는 시간이야

내게는 사는 시간이야

 

아내는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

저는 불 빛아래 남습니다

 

밤은 더 깊어가고

저는 불 끄고 방에 들어갑니다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 눕습니다

 

아내의 고를 숨소리 들으며

가만히 누워 눈뜨고 있자니

어둠이 점점 익숙해집니다

서서히 아내의 잠든 얼굴이 보이고

덜 닫힌 수납장 서랍도 보입니다

 

어둠 속에 있어야 한대도

이 정도만 식별된다면 큰 불편 없을 듯 합니다

그러니 가야 할 적막한 밤길에

반달 하나만 떠주면 좋겠습니다

 

---윤병무, 고단, 문학과지성 시인선 439, 문학과지성사(2013년 12월 2일)---

 

*아내가 열심히 코 고는 소리,

 참 듣기 좋아요.

 

 기분입니다.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