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김륭, 엄마 생각 -달밤
kimbook
2015. 7. 13. 21:59
엄마 생각
-달밤
밤은 밤인데, 달이 밤을 다 갈아엎어 꽃밭으로 만들어
놓는 밤 달에서 방아 찧던 토끼들이 내 잠을 풀처럼 뜯어
먹는 밤 하늘나라로 간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 한 방울
톡, 떨어뜨리면 반달곰 몇 마리 물고기 잡으러 올 것 같은
밤 아빠가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밤은 밤인데, 지구 반
대편 코끼리들이 퐁당퐁당 개구리헤엄을 치며 내 방으로
건너올 것 같은 밤
내일은 지각하면 안 되는데,
엄마한테 혼나는데,
---김륭, 노인경, 엄마의 법칙, 문학동네 동시집 29, 문학동네(2014년 7월 21일)---
*오늘도 나는
엄마에게 여러 번 혼났다.
엄마는 한밤 중,
화장실에서 DMZ처럼 오도가도 못하고
오래오래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