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김이듬, 모르는 기쁨

kimbook 2016. 8. 9. 22:47


모르는 기쁨


김이듬

    해운대 바다야, 아니 바다 아니고 바닷가야. 작은

여자가  자기 머리칼을   한 묶음 손으로 쥔 채  몸을

숙이고 모래밭에서 한참 동안 뭔가를  찾고 있어. 그

녀에게 뭘 그리 열심히 찾고 있냐고 물어보았지.  몰

라도 된다고 하네. 나는  그녀가 그 백사장에서 썩어

서 하얗게 바랜 애인의  유해를 찾고 있는 거라고 생

각했어. 


   어리둥절해지는 순간에, 뭐하러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적고 있나,  몰라도  된다고 나는  내게 말하지.

내 생각의  절반 이상은 몰라도 되는 생각, 억지스런

상상.  난 눈을 질끈 감아보지.  보이지,  캄캄한 심해

의 눈 없는 물고기처럼 비로소 나는 활발해지지.  죽

은 나의 사람들이 지하 언덕에서 지느러미로 춤추며

나를 건드려.  나는 출렁거리지.  돌멩이도 노래하고

저녁도 낄낄거리네. 멈추지 않는 슬픔, 검은 파도, 도

저히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사랑해.  금이 간 찻잔 같

은 얼굴로 나는 웃고 있겠어.


---김이듬, 히스테리아, 문학과지성 시인선 454, 문학과지성사(

초판 3쇄, 2015년 10월 2일)---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