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해운대 바다야, 아니 바다 아니고 바닷가야. 작은
여자가 자기 머리칼을 한 묶음 손으로 쥔 채 몸을
숙이고 모래밭에서 한참 동안 뭔가를 찾고 있어. 그
녀에게 뭘 그리 열심히 찾고 있냐고 물어보았지. 몰
라도 된다고 하네. 나는 그녀가 그 백사장에서 썩어
서 하얗게 바랜 애인의 유해를 찾고 있는 거라고 생
각했어.
어리둥절해지는 순간에, 뭐하러 손가락으로 모래
위에 적고 있나, 몰라도 된다고 나는 내게 말하지.
내 생각의 절반 이상은 몰라도 되는 생각, 억지스런
상상. 난 눈을 질끈 감아보지. 보이지, 캄캄한 심해
의 눈 없는 물고기처럼 비로소 나는 활발해지지. 죽
은 나의 사람들이 지하 언덕에서 지느러미로 춤추며
나를 건드려. 나는 출렁거리지. 돌멩이도 노래하고
저녁도 낄낄거리네. 멈추지 않는 슬픔, 검은 파도, 도
저히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사랑해. 금이 간 찻잔 같
은 얼굴로 나는 웃고 있겠어.
---김이듬, 히스테리아, 문학과지성 시인선 454, 문학과지성사(
초판 3쇄, 2015년 10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