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백은선, 눈보라의 끝

kimbook 2017. 2. 23. 21:53

눈보라의 끝


백은선


구름의 그림자

연기처럼

서로를 끌어안을 때


당신을 배우려고 먼바다를 건너왔어요

텅 빈 고층빌딩들이 밤을 견디듯이


층게로 쏟아지는 유리구슬들

얼굴을 참는 얼굴

고백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핏속에서 사라지는

긴 지느러미


그림자가 엉켜 있는 골목

손바닥들

서로의 세포에 대고 속삭인다


손등이 가려워요

파도를 끌어와 무릎을 덮을 때


조용한 사람과 더 조용한 사람이 동시에

입을 떼는 순간


---백은선, 가능세계, 문학과지성 시인선 481, 문학과지성사(초판 4쇄, 2016년 12월 8일)---


*우리 눈사람이나 하나 삶아 먹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