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세자르 바예호, 손뼉과 기타

kimbook 2018. 4. 3. 22:13

손뼉과 기타


세사르 바예호(César Vallejo, 1892-1938)



지금, 여기, 우리끼리,

내게 오렴, 네 몸을 손으로 데리고 와,

그리고 함께  저녁을 먹고 삶의 한 순간을

두 개의 삶으로 만들자. 하나는 우리 죽음에 선사하고.

지금, 내게 완전히 오렴, 제발 내 이름으로 불평하고,

네 손이 끌고 오는 네 영혼 안에 있는

어두운 밤의 불빛을 향해

우리 자신에게서 살금살금 도망가자.


이리 와, 그래, 너 자신에게, 그래.

나란히 걸으면서 우리 둘의 짝짝이 발걸음을 보고,

이별의 발걸음을 재보자.

돌아올 때까지! 다시 볼 때까지!

무지한 우리들이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돌아올 때까지 , 안녕!


총, 그게 나한테 뭐 그리 중요해?

내 말 들어봐.

좀 들어봐. 내가 서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총알이 쫓아온다 해도 그게 뭐 그리 중요해?

총이 네 체취 안에서 연기를 뿜는 거,

그 총알이 네게 뭐 그리 중요해?

오늘 당장, 한 장님의 팔로

우리 별 무게를 달아보자.

그리고 네가 내게 노래 한 곡 부르면, 울자꾸나.

예쁜아, 오늘 당장, 내 두려움을 향해

네 자신 있는 걸음, 확실한 걸음이 왔구나.

우리 자신에게서 탈피하자, 나란히 나란히.

장님이 될 때까지!

돌아오고 싶어 목놓아

울 때까지!


지금 우리 사이로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손으로

데리고 오렴.

그리고 함께 저녁을 먹고 삶의 한 순간을

두 개의 삶으로 만들자. 하나는 우리 죽음에 선사하고.

지금, 내게 오렴, 제발

무슨 노래라도 부르고

네 영혼 안에서 만지렴, 손뼉을 치면서.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그때까지 안녕!

떠날 때까지, 안녕!


---세사르 바예호(César Vallejo),  고혜선,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다산책방(2017년 9월 5일)---


*그래도 난

 총이 필요해.

 손뼉을 치면서

 빵 빵 빵 빵 빵

 막

 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