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박라연, 아름다운 너무나

kimbook 2021. 2. 5. 21:44

아름다운 너무나


박라연

우리가
누린 적 있는 눈부신 시간들은

잠시 걸친
옷이나 구두, 가방이었을 것이나

눈부신
만큼 또 어쩔 수 없이 아팠을 것이나

한번쯤은
남루를 가릴 병풍이기도 했을 것이나

주인을 따라 늙어
이제
젊은 누구의 몸과 옷과
구두와 가방
아픔이 되었을 것이나

그 세월 사이로
새와 나비, 벌레의 시간을
날게 하거나 노래하게 하면서

이제 그 시간들마저
허락도

없이 데려가는 중일 것이나

 

---박라연,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창비시선 419, 창비(초판 1쇄, 2018년 4월 13일)---

 

*참 많이도 왔구나.

 오는 중에

 먼저 헤어진 사람들.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들.

 

 이제 나의 시간도  멀지 않는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