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상처를 경작하는
김윤배
과육 달구던 굽은 가지들 누르고
아우성처럼 일어선 젊은 가지들,
회색빛 하늘 솟구쳐오르는 저 가지들을
반란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저 젊은 풍경들이 내게는 연민이며
그들에게는 열망이어서 이른 봄부터
씨방 부풀려 한 세상 펼치겠지만요
굽은 가지들, 햇살 속에 숨어 있는
수밀의 낯선 말들 다스리던 노역의 기록
어느 등걸에도 남기지 않고
전정의 날카로운 톱날 받는
그날의 순명 넘을 수 있을는지요
상처로 상처를 경작하는
그 깊고 아픈 노래를
---김윤배,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31, 문학과지성사(2007년 3월 9일)---
*나는 상처가 없다.
그래서 경작할 그 무엇도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저 젊은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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