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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윤배, 상처로 상처를 경작하는

by kimbook 2007. 7. 29.

상처로 상처를 경작하는

 

김윤배

 

과육 달구던 굽은 가지들 누르고

아우성처럼 일어선 젊은 가지들,

회색빛 하늘 솟구쳐오르는 저 가지들을

반란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저 젊은 풍경들이 내게는 연민이며

그들에게는 열망이어서 이른 봄부터

씨방 부풀려 한 세상 펼치겠지만요

굽은 가지들, 햇살 속에 숨어 있는

수밀의 낯선 말들 다스리던 노역의 기록

어느 등걸에도 남기지 않고

전정의 날카로운 톱날 받는

그날의 순명 넘을 수 있을는지요

상처로 상처를 경작하는

그 깊고 아픈 노래를

 

---김윤배,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31, 문학과지성사(2007년 3월 9일)---

 

 

*나는 상처가 없다.

 그래서 경작할 그 무엇도 없다.

 

 다만, 보이는 것은

 '저 젊은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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