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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5

김기택, 깜빡했어요 깜빡했어요 김기택 저런 저런,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큰 실수할 뻔했네요. 제가 요즘 이렇다니까요. 도대체 뭘 하고 사는 건지. 그것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 어어, 냄비가 넘치고 있어요, 아니, 그 사람이 제멋대로 넘쳐, 탁자 바닥이, 잠깐만, 넘치는 물부터 잠글게요. ​ 미안해요, 통화하느라 깜빡했어요 물이 넘치는데도 정수기가 그것도 모르고 있었네요. ​ 전 이런 일이 터질 걸 다 알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그랬잖아요, 그 사람이, 잠깐만요, 지금 마룻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어요. ​ 이건 저만 알고 아직 아무도 모르는 얘기인데요, 절대로 냄비 밖으로 새 나가면 안 돼요. 안 보이는 구석이나 틈으로 흘러 들어가면 곰팡이나 바퀴벌레나 날벌레에게 퍼질 수도 있어요. ​ 이건 당신한테만 .. 2023. 6. 24.
김기택, 두 눈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고 두 눈 부릅뜨고 주먹을 불끈 쥐고 김기택 내 성질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몇 놈은 죽어 나갔지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구부정한 노인네가 마른침을 튀기며 앙상한 주먹을 흔들고 있다 불의를 보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한 번 한다 하면 대가리가 두 쪽이 나도 하고 만다는 저 주.. 2012. 11. 16.
김기택, 할여으에어 할여으에어 김기택 불이 살을 녹여 얼굴을 지우고 손가락 발가락을 지우고 콧구멍을 막았다 병원이 녹은 얼굴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호흡만 경우 이어놓았다 녹은 살 속에 숨어서 벌겋게 벌거벗은 한 사람이 두 손으로 '불'알을 꼭 가리고 웅크려 신음하고 있었다 (얼마나 깊고 어두울까 누구도 들어.. 2010. 8. 7.
김기택, 구직 구직 김기택 여러번 잘리는 동안 새 일자리 알아보다 셀 수 없이 떨어지는 동안 이력서와 면접과 눈치로 나이를 먹는 동안 얼굴은 굴욕으로 단단해졌으니 나 이제 지하철에라도 나가 푼돈 좀 거둬보겠네 카세트 찬송가 앞세운 썬글라스로 눈을 가리지 않아도 잘린 다리를 고무타이어로 시커멓게 씌우.. 2009.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