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할머니
문충성
돈 잘 버는 병원
길가에
참외
자두
수박
콩잎 한 묶음 팔리지 않는 상판 벌여놓았지만
섭씨 30도 오르내리는 7월 한낮
지나다니는 사람들 거들떠보지 않으니
무더위 속 주름살 접고
낮잠 잔다 자그만 할머니
70평생 말 잊고
깊은 침묵 이뤄
나비잠 잔다
한평생 걸러온 길
헌 슬리퍼도 저만치 벗어놓고
겨우
구겨진 삶 한 자락 또올똘 말아 베고
두어 뼘 쪼그리고 누워
가난한 낮잠 잔다
팔 차선 온갖 잡동사니 자동차들만 빵빵
누더기 삶 속
달려오고
달려가고
할머니 잠 속엔 천국이라도 펼쳐지는가
침 흘리는 입가에 아련히 떠 있는
아, 구겨진 미소
한 송이!
---문충성, 백 년 동안 내리는 눈, 문학과지성 시인선 328, 문학과지성(2007년 1월 19일)---
*눈에 익다.
우리동네,
커다란 공사장 옆 담벼락에도,
은행 앞 전봇대에도,
공중전화부스 옆에도...
우리동네 사거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과적 리어카'가
버스와 마주보고 '달릴 때'도 있다.
이날 밤에는
'나비잠' 드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