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라는 말
박해람
바람과 가장 절친한 말이 있다면 그것은 잎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엽록(葉綠)의 프로펠러들이 없었다면 바람은
날아오르는 종족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듯, 서로의 무거운 그늘과 햇빛을 털어주는,
아니, 서로 할퀴는
절친한 것들의 흔들림
나라는 잎
바람에 속아서 너무 빨리 팔랑거렸다
그러고 보니
바람과 가장 불편한 말이 있다면 그것 또한 잎이라는 말이다.
---박해람,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문예중앙시선 15, 랜덤하우스중앙(2006년 6월 30일)---
*그러고 보니,
'나라는 잎'
혼자서 너무 흔들렸다.
그게 지금의 나다.
*
---20쪽, "미확인 비행물체" 2연, 둘째 줄.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경리, 비밀 (0) | 2008.12.31 |
---|---|
안상학, 아배 생각 (0) | 2008.12.30 |
공광규, 시래기 한 움큼 (0) | 2008.12.22 |
이수익, 끝 (0) | 2008.11.10 |
한승원, 다시 '나무' (0) | 2008.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