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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박해람, 잎이라는 말

by kimbook 2008. 12. 28.

잎이라는 말

 

박해람

 

 

바람과 가장 절친한 말이 있다면 그것은 잎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엽록(葉綠)의 프로펠러들이 없었다면 바람은

날아오르는 종족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가려운 등을 긁어주듯, 서로가 서로를 닮아가듯, 서로의 무거운 그늘과 햇빛을 털어주는,

아니, 서로 할퀴는

절친한 것들의 흔들림

 

나라는 잎

바람에 속아서 너무 빨리 팔랑거렸다

그러고 보니

바람과 가장 불편한 말이 있다면 그것 또한 잎이라는 말이다.

 

---박해람,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문예중앙시선 15, 랜덤하우스중앙(2006년 6월 30일)---

 

*그러고 보니,

 '나라는 잎'

 혼자서 너무 흔들렸다.

 

 그게 지금의 나다.

 

*

 ---20쪽, "미확인 비행물체" 2연, 둘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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