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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장만호, 울고 있는 사내

by kimbook 2010. 2. 28.

울고 있는 사내

 

장만호

 

격정과 결의, 사이에서

사내는 울음을 참고 있다

 

주먹으로 입을 틀어 막으며,

넘어오는 울음을

꾸역꾸역 삼키며

 

울음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슬픔이

밑바닥에서부터 끓기 시작한 격정이

사내의 몸속을 휘돌아다니다

사내의 애를 끓이고 있다

 

이제 곧 전화를 끊고,

사내는 애가 탈 것이다

얻어맞은 팽이처럼

압력밥솥의 꼭지처럼

부르르 떨 것이다

그때까지는 저렇게 뜸을 들이고 있을 것이다

 

울음이,

익혀둔 울음이

희디흰 쌀밥처럼 부풀어 오를 때까지

 

---장만호, 무서운 속도, 랜덤시선 042, 랜덤하우스(2008년 7월 5일)---

 

*'삼류사립대학 지방캠프스' 호숫가에서 울던 사내는 詩人이 되었다.

 산정호수 민박집에서 왼손으로, 지금은 유명한 小說家를 협박하며 울던 사내도 詩人이 되었다.

 일영 민박집 골방에서 막걸리 사발로 후배들에게 뒷통수를 맞으며 울던 사내도 詩人이 되었다.

 (이 詩人은 입학과 동시에 군입대, 그리고 제대, 곧바로 복학한 관계로 아무리 선배라고 말했지만,

 후배들은 결코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울던 몇몇 사내는 '무서운 속도'로 죽었다.

 

 나와 詩人이 된 사내들은

 숭늉속 밥풀처럼 너덜너덜하게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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