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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안현미, 구리

by kimbook 2014. 7. 2.

구리

 

안현미

 

  누군가  정성으로  아니  무심으로 가꿔놓은 파밭 그  앞에

쪼그려 앉아 파 한단을  다듬는 동안  그동안만큼이라도 내

생의 햇빛이 남아 있다면, 그 햇빛을 함께해줄 사람이 있다

면,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일쯤은 일도 아닐까 무심으로

무심으로 파 한단을 다듬을 동안

 

  망우리 지나 딸기원 지나 누군가 무심으로 아니 정성으로

가꿔놓은 파밭 지나 구리 지나 여름을 통과하는 동안 하얗

게 하얗게 파꽃이 피는 동안 여름과 초록과 헤어지는 동안

 

---안현미,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시선 374, 창비(2014년 5월 23일)---

 

*구리.

 

 내가 밥 벌어 먹고 사는 곳이다.

 광개토태왕은 늘 만나지만,

 동구릉과 코스모스 강변엔 가지 못했다.

 

 

 스누피공원엔 언제나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가득한 곳이다.

 

 그 길로 내가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