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컨테이너
김지율
누가 있는 것 같아
저 안에,
내가 움직일 때마다
새가 움직인다
누군가 저 안에, 있잖아
새는 나를 보고
테이블을 본다
동시에 불에 타고 물에 잠기면서
온몸에 불이 붙은 채
떠내려가고 있었다
붉은 목소리를
꽉 물고
뼈와 뼈 사이
마른번개가 친다
저 안에 누군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
남아 있는
한쪽 눈에서
움직이는 새가
나를 쳐다본다
저 안에 또,
누가
---김지율, 빨간 컨테이너, 창작과비평 2014년 가을호(통권 165호), 창비(2014년 9월 1일)---
*'동시에 불에 타고 물에 잠기면서'...
'저 안에 누군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
그런 날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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