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르는 비
신용목
울음 속에서 자신을 건져내기 위하여 슬픔은 눈물을 흘
려보낸다
이렇게 깊다
내가 저지른 바다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편다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가 와서
물그림자 위로 희미하게 묻어오는 빛들을 마른 수건으
로 가만히 돌려 닦으면
몸의 바닥을 바글바글 기어온 빨간 벌레들이 눈꺼풀 속
에서 눈을 파먹고 있다
슬픔은 풍경의 전부를 사용한다
---신용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창비(2017년 7월 27일)---
*후회가 푸짐하다.
슬픔에게 인생의 전부를 사용당한 사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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