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

신용목, 저지르는 비

by kimbook 2018. 11. 26.

   저지르는 비

   신용목

   울음 속에서 자신을 건져내기 위하여 슬픔은 눈물을 흘

려보낸다
   이렇게 깊다
   내가 저지른 바다는

   창밖으로 손바닥을 편다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가 와서

   물그림자 위로 희미하게 묻어오는 빛들을 마른 수건으

로 가만히 돌려 닦으면

   몸의 바닥을 바글바글 기어온 빨간 벌레들이 눈꺼풀 속

에서 눈을 파먹고 있다

   슬픔은 풍경의 전부를 사용한다


---신용목,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창비(2017년 7월 27일)---


*후회가 푸짐하다.

  슬픔에게 인생의 전부를 사용당한 사내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