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절(結節)
한영옥
결절된 상처를 만진다
봉긋하고 뭉클하다
돌이켜보면 상처들은
그 자리에 중첩되곤 하였다
맨 밑바닥에 깔린 채
이후의 상처를 틔우는
종자(種子) 상처를 아,
나는 잊지 못한다
기억 때문에 또 긁힌
상처들을 아,
난 또 잊지 못한다
맨 밑바닥 상처 부근에서
나의 행복은 머물러 있고
지금 어떤 책을 읽으며
"그의 행복은 거기서
끝나게 된다"는 단언에
모르는 새 밑줄을 긋고 만다
'어디쯤에선가 행복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고
웅얼거리는 어두운 저녁이여
그러나 함부로 발성하지 못하는.
---한영옥, 아늑한 얼굴, 문예중앙시선12, 랜덤하우스중앙(2006년 4월 10일)---
*맨 밑바닥 상처 부근에
나의 '불행'은 머물러 있다.
結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