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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한영옥, 결절(結節)

by kimbook 2007. 7. 25.

결절(結節)

 

한영옥

 

결절된 상처를 만진다

봉긋하고 뭉클하다

돌이켜보면 상처들은

그 자리에 중첩되곤 하였다

맨 밑바닥에 깔린 채

이후의 상처를 틔우는

종자(種子) 상처를 아,

나는 잊지 못한다

기억 때문에 또 긁힌

상처들을 아,

난 또 잊지 못한다

맨 밑바닥 상처 부근에서

나의 행복은 머물러 있고

지금 어떤 책을 읽으며

"그의 행복은 거기서

끝나게 된다"는 단언에

모르는 새 밑줄을 긋고 만다

'어디쯤에선가 행복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한다'고

웅얼거리는 어두운 저녁이여

그러나 함부로 발성하지 못하는.

 

---한영옥, 아늑한 얼굴, 문예중앙시선12, 랜덤하우스중앙(2006년 4월 10일)---

 

*맨 밑바닥 상처 부근에

 나의 '불행'은 머물러 있다.

 

 結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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