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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신용목, 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by kimbook 2007. 12. 10.

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신용목

 

오동은 음계를 지니고 나, 죽어 비로소 소리를 얻는다

 

먼 도시의 강가 외진 정각에서 가야금 한 소절을 만나기 위해

고향 우물터 오동나무 밑에서 나는 바람의 우는 소리를 들었다

 

달빛이 우물을 짚느라 노독을 얻을 때,

 

오동나무 밭은 가지가 허공에 흩어놓은 한 점 수묵화를 보았다

 

명주실 열두 현에는 몇가닥의 별빛이 묶여 있는가

가야금 소리를 들은 것은 정각이 선 먼 도시의 강가,

 

바람이 목을 놓고 울음을 풀어준 곳

 

우물이 발을 풀고 달빛을 놓아준 곳

 

---신용목,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비시선 278, 창비(2007년 8월 6일)---

 

*기러기 날아간 하늘에

 가야금 소리,

 별빛처럼 반짝이는 걸,

 몰래 본 사람이 있다.

 

 12개의 "안족(雁足)",

 무척 부지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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