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소리를 들었다
신용목
오동은 음계를 지니고 나, 죽어 비로소 소리를 얻는다
먼 도시의 강가 외진 정각에서 가야금 한 소절을 만나기 위해
고향 우물터 오동나무 밑에서 나는 바람의 우는 소리를 들었다
달빛이 우물을 짚느라 노독을 얻을 때,
오동나무 밭은 가지가 허공에 흩어놓은 한 점 수묵화를 보았다
명주실 열두 현에는 몇가닥의 별빛이 묶여 있는가
가야금 소리를 들은 것은 정각이 선 먼 도시의 강가,
바람이 목을 놓고 울음을 풀어준 곳
우물이 발을 풀고 달빛을 놓아준 곳
---신용목,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비시선 278, 창비(2007년 8월 6일)---
*기러기 날아간 하늘에
가야금 소리,
별빛처럼 반짝이는 걸,
몰래 본 사람이 있다.
12개의 "안족(雁足)",
무척 부지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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