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김명인
관절이 결려 오금도 못 펴시는 어머닐 업으려다
힘에 부쳐 내려놓고서
생각해 보니 나도 그녀 등에 업혔던 어린 날이 없다
두어 살 터울로 동생들 줄줄이 태어났고
포목전으로 싸전으로 가족의 생계 혼자서 꾸려 가시느라
등이라면 내겐 할머니 꺼칠했던 숨소리로 되살아날 뿐
어머니는 어린 자식들보다 한 집안을 등짐 지느라
평생 뼛골 빠지셨다, 내가 본 것은
후줄근한 뒷모습뿐이었으니
나, 이제 그 짐 죄다 부려 놓으시라고
평생 업혀 보지도 못한 어머닐 등짐 지듯 차에 태우고
노인 요양소로 간다
저기 양지쪽에 앉아 계시는 여느 노인네처럼
우리 어머니도 누군가가
정문을 나서는 초로 남정네 누구냐고 물으면
대답처럼 돌아앉아
무너진 잔등이나 쓸쓸히 들먹이실걸!
---문인수, 식당의자, 2007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중앙북스(2007년 9월 22일)---
*쓸쓸한 등이 많다.
내가 무너뜨린 등도 많다.
쓸쓸히 들먹이는 등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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