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男子의 손
정낙추
그 남자의 손은
무쇠솥 뚜껑보다 크고 투박합니다
소나무 옹이보다 억센 손마디로
여린 싹도 키우고 고운 꽃도 피우게 하는
요술쟁이 손
그 손바닥엔 딱딱한 못이 박혀 있습니다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을 단단한 못 속에는
서러운 세월을 안으로 삭힌
땀과 눈물이 고여 있는걸 아시는지요
그 남자의 손에는
잘 썩은 두엄 냄새와 구수한 곡식 냄새가 납니다
비누로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그 냄새는 그 남자가 지쳐 쓰러질 때마다
일으켜 세우는 신비한 힘입니다
그 손은 욕심 없는 정직한 손입니다
이 나라 만백성을 먹여 살리고도
생색 한 번 안 낸 위대한 손입니다
그 손이 요즘 들어
희고 부드러운 손 앞에서 주눅 들어
자꾸 주머니 속으로 숨습니다
아내의 가슴을 보듬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거친
그 남자의 손이 가엾어 죽겠습니다
---정낙추, 그 남자의 손, 애지시선 011, 애지(2007년 4월 12일 초판 2쇄)---
*92쪽, '입동 무렵' 아래서부터 5번째 行,
'박가네 딸내미 대사가 낼인가 모랜가'
'박가네 딸내미 대사가 낼인가 모렌가'로...
*부끄럽다.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많은 사람들을 보면...
좋은 시인을 만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