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 시편 3
고진하
미안하다
섬진강
희디흰 모래톱에
때 묻은 발자국 남기는 것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모래톱에 발목을 빠뜨리며 걷다가
모가지 쑥 빼어
하늘에 흐르는 궁전(宮殿)을 쳐다본다
가난한 내 세간살이를
소나기처럼 쏟아버리고
저 구름궁전 위로 솔가할 순 없을까, 무슨
신산(神算)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뭉클한 생각에 쏠려본다
돌아보면
모래톱 위에 내가 찍어놓은 발자국도
내 것이 아닌데
저 구름 위에 세(貰) 들고 싶어 눈으로 찍어놓은 점도
자취가 없는데
가슴에 뭉클하게 남은 이건 뭔가
어디든 들고나는 일이
어느 사원의
불이문(不二門)을
쓰윽 지나치는 일 같다면......
가슴에 뭉클하게 남은 이건 뭔가
---고진하, 수탉, 민음의 시 130, 민음사(2006년 4월 15일, 1판2쇄)---
*그날도 가슴 뭉클한 무엇이 있었던가?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던,
안개 속에 많은 걸 버렸는데...
박경리(朴景利) 선생도 돌아가시고...
안개 속 평사리...
섬진강...
친구는 잘 있는가?
신선대에서 바라본 평사리
신선대에서 바라본 섬진강(蟾津江)
2007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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