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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고진하, 악양 시편 3

by kimbook 2008. 5. 10.

악양 시편 3

 

고진하

 

미안하다

섬진강

희디흰 모래톱에

때 묻은 발자국 남기는 것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모래톱에 발목을 빠뜨리며 걷다가

모가지 쑥 빼어

하늘에 흐르는 궁전(宮殿)을 쳐다본다

가난한 내 세간살이를

소나기처럼 쏟아버리고

저 구름궁전 위로 솔가할 순 없을까, 무슨

신산(神算)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뭉클한 생각에 쏠려본다

돌아보면

모래톱 위에 내가 찍어놓은 발자국도

내 것이 아닌데

저 구름 위에 세(貰) 들고 싶어 눈으로 찍어놓은 점도

자취가 없는데

가슴에 뭉클하게 남은 이건 뭔가

어디든 들고나는 일이

어느 사원의

불이문(不二門)을

쓰윽 지나치는 일 같다면......

가슴에 뭉클하게 남은 이건 뭔가

 

---고진하, 수탉, 민음의 시 130, 민음사(2006년 4월 15일, 1판2쇄)---

 

*그날도 가슴 뭉클한 무엇이 있었던가?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던,

 안개 속에 많은 걸 버렸는데...

 

 박경리(朴景利) 선생도 돌아가시고...

 안개 속 평사리...

 섬진강...

 

 친구는 잘 있는가?

 

 신선대에서 바라본 평사리

 

 신선대에서 바라본 섬진강(蟾津江)

 

 2007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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