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박경리
어머니 생전에 불효막심했던 나는
사별 후 삼십여 년
꿈 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
고향 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 살았을 때의 동네를 찾아가기도 하고
피난 가서 하룻밤을 묵었던
관악산 절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전혀 알지 못할 곳을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했다
언제나 그 꿈길은
황량하고 삭막하고 아득했다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다
꿈에서 깨면
아아 어머니는 돌아가셨지
그 사실이 얼마나 절실한 지
마치 생살이 찢겨나가는 듯했다
불효막심했던 나의 회환
불효막심의 형벌로써
이렇게 나를 사로잡아 놓아주지도 않고
꿈을 꾸게 하나 보다
---박경리, 현대문학 2008년 4월호(640), 현대문학사(2008년 4월 1일)---
*불효막심이다.
형벌이다.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이, 그렇다.
몸이 많이 불편하시다는 뉴스를 봤다.
이 땅의 어머니들,
특히나,
지금 이순간도 많이 힘드신
후배의 어머니와 더불어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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