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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김선태, 말미잘 내 청춘

by kimbook 2009. 4. 25.

말미잘 내 청춘

 

김선태

 

 썰물이 지면  말미잘은  봉긋한 유방으로 솟았다가 밀물

이 들면 어느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다.

 

 그녀들은 매양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무수한  유혹의 촉수 끝엔 독이 있었다 섬섬옥수에  붙들

린 새우며 작은 물고기들이 자진해서 문지방을 넘어들어

왔다 그들은 붉은  입술과 독주에  취해 비틀거리다 이내

잠이 들었다  꿈결처럼  부유하며 황홀하게  죽어갔다 꽃

속이 저승이었다

 

 내  젊은 날의  무모들이 모두  거기빠져 다시는 돌아오

지 못했다.

 

---김선태, 살구꽃이 돌아왔다, 창비(2009년 3월 30일)---

 

*말미잘이 그립다.

 

 내 젊은 날의 무모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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