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 내 청춘
김선태
썰물이 지면 말미잘은 봉긋한 유방으로 솟았다가 밀물
이 들면 어느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다.
그녀들은 매양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무수한 유혹의 촉수 끝엔 독이 있었다 섬섬옥수에 붙들
린 새우며 작은 물고기들이 자진해서 문지방을 넘어들어
왔다 그들은 붉은 입술과 독주에 취해 비틀거리다 이내
잠이 들었다 꿈결처럼 부유하며 황홀하게 죽어갔다 꽃
속이 저승이었다
내 젊은 날의 무모들이 모두 거기빠져 다시는 돌아오
지 못했다.
---김선태, 살구꽃이 돌아왔다, 창비(2009년 3월 30일)---
*말미잘이 그립다.
내 젊은 날의 무모도 그립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민복, 사연 (0) | 2009.06.01 |
---|---|
이덕규, 소낙비 안부 (0) | 2009.05.12 |
김기택, 한가한 숨막힘 (0) | 2009.04.08 |
김미혜, 여름밤 (0) | 2009.04.04 |
고영민, 공손한 손 (0) | 2009.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