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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윤석정, 단단해지는 법

by kimbook 2010. 7. 5.

단단해지는 법

 

윤석정

 

물고기의 뼈는 가시라는 것

구운 생선을 발라 먹는데

가시 하나가 목에 걸려 꺼끌꺼끌할 때

문득 알게 된 것

그리운 것들도 가시라는 것

자꾸 마음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것

빼내려 하면 할수록 더 아픈 것

마음의 뼈는 그리운 것

물고기처럼 마음도 뼈를 가지고

너에게 헤엄쳐 갔다 올 때

네가 내 마음에 걸린다는 것

목구멍에 걸린 가시를 배 속으로 꾸역꾸역 삼켰을 때

잊어야 한다는 것

그리운 것들이 마음을 아프게 할 때

흐르는 눈물의 뼈도 가시라는 것

가시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

뼈를 감싸는 모든 살들은 물렁물렁하다는 것

내 마음이 아무렇지 않다고 삼키려 할 때

단단해지는 마음을 배워야 한다는 것

마음의 뼈는 물렁하다는 것

 

---윤석정, 오페라 미용실, 민음의 시 159, 민음사(2009년 12월 6일)---

 

*'뼈를 감싸는 모든 살들'도 '물렁물렁',

 

 '마음의 뼈'도 '물렁물렁',

 

  으으,

  이상하게도 나는,

  아직도

  '정신(精神)'도 '물렁물렁'하니...

 

 '단단한' 그 무엇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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