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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육근상, 곡우

by kimbook 2017. 10. 16.

곡우


육근상


얼마나 독한지 땅개라는 별명으로 살더니

아랫집 살며 밤낮으로 어지간히 괴롭히더니

가뭄 길어진 날 입원했다며 전화 왔습니다

지가 하지 못하고 아들 시켜 다 죽어가는 소리로 왔습니다


즈 집 앞 지나려면 통행세 내야 한다고

50년 전 뜯긴 5원 꼭 받아내야지 올라간 것인데

호랭이 물어갈 년 아프지나 말든가

아이고, 쌍눔시키 난 이렇게 늙었는디 하나도 안 늙었네


얘기 듣던 젊은 여자 호호호 밖으로 나가니

작은며느리랍니다

요새 이런 며느리 어디 있느냐 문틀 놓아둔

난 잎에 말 건네자 금방 목이 멥니다

조금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빗소리로 훌쩍입니다


---육근상, 곡우, 창작과비평 2017년 가을호(통권177호), 창비(2017년 9월 1일)---


*'그 사람들'도

 '조금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빗소리로 훌쩍'였을까요?


'그 사람들' 생각나면

 '高 아무개'도  '梁 아무개'도

 늘 술잔에

 눈물을 떨구기도

 콧물을 떨구기도 하고

 늦도록 '옛애인'에게  쓸데 없는 전화를 하는데...

 그런 밤은 바람도  

 '歸家가 먼저다' 이야기하곤

 빠른 걸음으로 골목으로 사라집니다.


 '英子'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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