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
육근상
얼마나 독한지 땅개라는 별명으로 살더니
아랫집 살며 밤낮으로 어지간히 괴롭히더니
가뭄 길어진 날 입원했다며 전화 왔습니다
지가 하지 못하고 아들 시켜 다 죽어가는 소리로 왔습니다
즈 집 앞 지나려면 통행세 내야 한다고
50년 전 뜯긴 5원 꼭 받아내야지 올라간 것인데
호랭이 물어갈 년 아프지나 말든가
아이고, 쌍눔시키 난 이렇게 늙었는디 하나도 안 늙었네
얘기 듣던 젊은 여자 호호호 밖으로 나가니
작은며느리랍니다
요새 이런 며느리 어디 있느냐 문틀 놓아둔
난 잎에 말 건네자 금방 목이 멥니다
조금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빗소리로 훌쩍입니다
---육근상, 곡우, 창작과비평 2017년 가을호(통권177호), 창비(2017년 9월 1일)---
*'그 사람들'도
'조금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빗소리로 훌쩍'였을까요?
'그 사람들' 생각나면
'高 아무개'도 '梁 아무개'도
늘 술잔에
눈물을 떨구기도
콧물을 떨구기도 하고
늦도록 '옛애인'에게 쓸데 없는 전화를 하는데...
그런 밤은 바람도
'歸家가 먼저다' 이야기하곤
빠른 걸음으로 골목으로 사라집니다.
'英子'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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