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에 가면
윤병무
유채도 좋다던 청산도에 가면
수평선에 베여 다리 한쪽 잃은
물새가 있다는데
물새가 제 그림자로 먹을 갈아
파도를 다림질하는 어부의
조감도를 그려준다는데
이승을 건지는 어부 곁에서
봄 전어 두 마리만 받아먹고
염치를 저어 날아간다는데
새도 배도 외다리로 흔들리는
청산도에 가면 물어보오
바다가 가져간 절반의 이야기를
---윤병무,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29, 문학과지성사(2019년 6월 12일)---
*
바다에 마음을 담그고
'물새'와 주고받던 미소를
파도 위에 가만히 띄우더니...
내 청산도는
그녀가 가지고 갔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휘석, 믿음 (0) | 2020.03.28 |
---|---|
황학주, 푸른 밤바다 (0) | 2020.03.23 |
송진권, 고소한 돈 (0) | 2020.03.10 |
김현서, 여우 (0) | 2020.02.04 |
송찬호, 똥개 (0) | 2020.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