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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윤병무, 청산도에 가면

by kimbook 2020. 3. 19.

청산도에 가면


윤병무


유채도 좋다던 청산도에 가면

수평선에 베여 다리 한쪽 잃은

물새가 있다는데


물새가 제 그림자로 먹을 갈아

파도를 다림질하는 어부의

조감도를 그려준다는데


이승을 건지는 어부 곁에서

봄 전어 두 마리만 받아먹고

염치를 저어 날아간다는데


새도 배도 외다리로 흔들리는

청산도에 가면 물어보오

바다가 가져간 절반의 이야기를


---윤병무, 당신은 나의 옛날을 살고 나는 당신의 훗날을 살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29, 문학과지성사(2019년 6월 12일)---


*


바다에 마음을 담그고

'물새'와 주고받던 미소를

파도 위에 가만히 띄우더니...


내 청산도는

그녀가 가지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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