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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황학주, 푸른 밤바다

by kimbook 2020. 3. 23.

   푸른 밤바다


   황학주


   당신의 베개머리에 앉아

   며칠째 숟가락 놓은 곧은 손을

   쥐어본다


   안녕, 이란 알고 보면

   막말 같은 허구렁에서 헐거워진 손목 같은 데를 빼는 것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나고 외로움이 남아 연줄 끊는 거 겪

어보지 않은 것처럼 말하면 뭐해


   늦은 시간에 어딘가를 가려는 당신

   슬픔을 빼앗기지 않는 내 마음


   내가 없을 때 뭐 하는지 궁금하기만 할

   덧대어진 눈, 먼 울먹임 같은

   젖국 빛 시야 속에

   마른 시래기 옆에


   흙먼지 날아가고 남은

   묵은 얼굴 반달 이마


   누군가를 향해 문드러진

   그래서 누군가를 가리킬 수 없는 미워할 수 없는

   동그만 손에

   곧 쥐여주려는 듯

   푸른 밤바다

   닿을 듯 닿을 듯


   끝까지

   과연 누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밤바다에 둥근 달 뜨는 일이란

   잠옷 벗기듯 한 말을 들추는 일인데

   내 거짓말을 다 알고 있는 아픈 손마디를 당신은 어디에

두려는가


---황학주,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문학동네시인선 124, 문학동네(1판 2쇄, 2019년 8월 7일)---


*그래, 맞아.

 너나 나나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난 후 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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