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밤바다
황학주
당신의 베개머리에 앉아
며칠째 숟가락 놓은 곧은 손을
쥐어본다
안녕, 이란 알고 보면
막말 같은 허구렁에서 헐거워진 손목 같은 데를 빼는 것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나고 외로움이 남아 연줄 끊는 거 겪
어보지 않은 것처럼 말하면 뭐해
늦은 시간에 어딘가를 가려는 당신
슬픔을 빼앗기지 않는 내 마음
내가 없을 때 뭐 하는지 궁금하기만 할
덧대어진 눈, 먼 울먹임 같은
젖국 빛 시야 속에
마른 시래기 옆에
흙먼지 날아가고 남은
묵은 얼굴 반달 이마
누군가를 향해 문드러진
그래서 누군가를 가리킬 수 없는 미워할 수 없는
동그만 손에
곧 쥐여주려는 듯
푸른 밤바다
닿을 듯 닿을 듯
끝까지
과연 누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밤바다에 둥근 달 뜨는 일이란
잠옷 벗기듯 한 말을 들추는 일인데
내 거짓말을 다 알고 있는 아픈 손마디를 당신은 어디에
두려는가
---황학주,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문학동네시인선 124, 문학동네(1판 2쇄, 2019년 8월 7일)---
그
*그래, 맞아.
너나 나나
'마음이 먼저 길을 떠'난 후 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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