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들여다보다
허수경
불을 먼 별 눈먼 별
들여다보듯 그렇게 들여다보다
저 고요 나는 어쩔 것인가
노을 속으로 끌려가는
새떼 바라보듯 그렇게 들여다보다
저 아우성 나는 어쩔 것인가
불속에서 마치 새 숲을 차린 듯
제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양떼의 발목인듯
하얗게 숨을 죽여가는 저 나무들 나는 어쩔 것인가
몸에 남은 물의 기억을 다 태우는 당신과
당신 물의 기억이 다 지는 것을 들여다보는
나는 어쩔 것인가
---허수경,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309, 문학과지성사(2005년 10월 14일)---
*기억을 지우듯 타던 나무를 본 적이 있다.
기억을 지우듯, 그런 표정의 한 여자를 본 적이 있다.
오래 전, 나는 그런 기억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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