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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이상국, 봄나무

by kimbook 2007. 6. 8.

봄나무

 

이상국

 

나무는 몸이 아팠다

눈보라에 상처를 입은 곳이나

빗방울들에게 얻어맞앗던 곳들이

오래전부터 근지러웠다

땅속 깊은 곳을 오르내리며

겨우내 몸을 덥히던 물이

이제는 갑갑하다고

한사코 나가고 싶어하거나

살을 에는 바람과 외로움을 견디며

봄이 오면 정말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했던 말들이

그를 못견디게 들볶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의 헌데 자리가 아플 때마다

그는 하나씩 이파리를 피웠다

 

---이상국,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시선 241, 창비(2005년 1월 20일)---

 

*누군가에게 내가 상처 입힌 것,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 받은 것, 

그 모두가 희망처럼 새잎으로 싹트기를...

그래서 좋은 일만 무성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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