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을 지나다
박영희
저울눈금을 확인한 고물상 주인이 kg당 50원 하는 폐지
를 부리다 리어카 밑바닥에서 젖은 라면 상자 두 개를 발
견하고는 이런 일이 벌써 한두 차례 아니라며 남은 이보
다 빠지고 없는 이가 더 많은 노인을 다그치자 재생이 가
능한 폐지를 주워온 노인네는 요 며칠 궂은 날씨를 탓하
여 본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고물상에서는 눈물은 젖어도
폐지가 젖어서는 안된다.
---박영희, 즐거운 세탁, 애지시선 012, 애지(2007년 5월 10일)---
*오늘밤에도
한 노인은 "폐지"가 자라도록
"눈물" 같은 물을 뿌린다.
탄리사거리 부근에는
'금슬' 좋은 노부부의 리어카가
逆走行하고 있다.
人生이다.
*
---36쪽, "물집", 첫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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