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아닌 집 있다
길상호
집을 잘못 골라 든 게가 변을 당했다
파도횟집 접시에 올려진
소라를 빼먹으려고 보니
온몸에 화상을 입은 게 한 마리,
구멍 밖으로 내민 집게발에
찢긴 파도 한 자락 물려 있었다
단단한 믿음이었던 집이
소용돌이로 한 생을 삼킬 때 있다
억센 근육의 가장(家長)들 몇이 모여
빚더미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집 빠져나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길상호, 모르는 척, 시작시인선 0082, 천년의시작(2007년 2월 28일)---
*그런 계획, 있었다.
며칠 전,
후배의 고민도 집에 있었다.
집,
집 아닌 집.
후배도, 나도
'집 빠져나갈' 계획을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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