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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길상호, 집 아닌 집 있다

by kimbook 2007. 9. 14.

집 아닌 집 있다

 

길상호

 

집을 잘못 골라 든 게가 변을 당했다

파도횟집 접시에 올려진

소라를 빼먹으려고 보니

온몸에 화상을 입은 게 한 마리,

구멍 밖으로 내민 집게발에

찢긴 파도 한 자락 물려 있었다

단단한 믿음이었던 집이

소용돌이로 한 생을 삼킬 때 있다

억센 근육의 가장(家長)들 몇이 모여

빚더미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집 빠져나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길상호, 모르는 척, 시작시인선 0082, 천년의시작(2007년 2월 28일)---

 

*그런 계획, 있었다.

 

 며칠 전,

 후배의 고민도 집에 있었다.

 집,

 집 아닌 집.

 

 후배도, 나도

 '집 빠져나갈' 계획을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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